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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로 혁신하는 교육의 미래


주요 내용

지난 20년 간 디지털 기술로 인해 교육 산업은 혁신을 거듭해왔습니다. 50대인 저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최첨단 기기는 휴대용 계산기뿐이었죠. 지금은 iPad와 같은 여러 IT기기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박물관과 갤러리는 터치 스크린과 인터랙티브 요소를 전시에 적용하고, 듀오링고(Duolingo)와 같은 앱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도 다른 나라 언어를 공부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러한 기술을 라이프스타일에 접목시키면서, 기술은 사람과 더 가까워지며 보편화됐습니다.

하지만 2D 기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각종 원격 학습 도구 덕에 팬데믹 동안에도 교육현장은 멈추지 않았지만 청소년 자녀를 둔 분들이라면 답답함을 느낀 경험이 많았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평면 스크린과 마주하고 장시간 학습에 집중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같은 공간에서 교사와 친구들과 상호 작용을 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실재감(presence)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메타버스는 차세대 인터넷이지만, ‘실재감’이라는 면에서 기존 인터넷과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를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시켜주는 가상 현실(VR) 헤드셋부터, 컴퓨터가 생성한 이미지를 현실세계에 투사하는 증강 현실(AR) 안경, 현실의 환경과 가상의 환경을 결합하는 혼합 현실(MR) 경험까지. 메타버스는 다양한 기술을 망라합니다.

교육에 있어 실재감은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학습은 사회적인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타인과 함께, 그리고 서로의 경험을 통해 배웁니다. 타인과의 상호 작용과 의견 교환은 정보를 흡수하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가상현실(VR)은 이해력 향상, 학습효과 유지, 학생 참여, 집중력 지속, 동기 부여 등 다양한 학습 결과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의미인지, 아마 모두가 바로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듣는 것 보단, 한번 해봤을 때에 기억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죠.

바로 이런 점에서 교육 분야에 가져올 메타버스의 가치가 더욱 기대됩니다. 메타버스와 함께라면, 공룡이 어땠는지 설명하는 대신, 학생들이 직접 공룡 사이를 걸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실제 구비하기 어려운 과학실험 장비들을 이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의대생은 환자나 자신에게 위험 부담 없이 복잡한 수술을 몇번이고 연습할 수 있죠.

이것은 헛된 바램이나 공상 과학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일본 최대의 온라인 고등학교인 ‘N고’와 ‘S고’에서는 6,000여 명의 학생들이 Meta Quest 2 헤드셋을 통해 VR로 학습합니다. 교사들은 이를 통해 학습 경험을 향상시키고 학생들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주 영국 런던에서 저와 교육자, 학계 및 여러 관계자들이 함께 주재한 회의에서 한 학교의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이 학교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공연된 엘리자베스 시대의 원형 극장인 글로브 극장(Globe Theater)의 디지털 버전을 구축하고, 학기말 연극을 이 유명한 무대에 가상으로 올릴 거라고 합니다. 학생들은 같은 반 친구들과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있지도, 런던에 가지도 않았지만, 이 특별한 공간에 직접 서서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함께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모어하우스 칼리지(Morehouse College)의 생물분자 화학자 무시나 모리스(Muhsinah Morris) 박사는 가상 실험실에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 실험실은 실제 대학에 있는 화학 실험실의 디지털판입니다. 학생들은 가상 실험실을 통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직접 실험해 볼 수 있습니다. 모어하우스 칼리지에 따르면 VR로 학습한 학생들의 최종 시험 점수 평균은 85점인 반면 대면 수업은 78점, 기존 온라인 방법은 81점이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출석률과 참여도가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드린 회의에서 거듭 등장한 주제 중 하나는 형평성이었습니다. 취약계층 아동이 부유한 배경의 친구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제가 영국 부총리로 재임했을 때 반복적으로 직면했던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교육 격차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며 OECD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에서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일수록 부유한 학생 대비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무궁무진 합니다. 소외 지역의 대학은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과 협력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훌륭한 교사가 160km 떨어진 소외 지역 학교의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죠. 학교에 특정 과목의 교사가 부족한 경우,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를 전국 어디에서나 모집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학습 의욕이 높은 학생들의 경우, 물리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립니다. 예를 들어, 오하이오에 있는 대학생이 서울에 있는 교수가 주재하는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이죠. 알래스카 벽지에 있는 학생들이 미국 NASA,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카이로의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을 견학할 수 있습니다. 과외 교사가 집 안에서 다른 도시에 있는 학생과 수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메릴랜드 대학교 글로벌 캠퍼스(University of Maryland Global Campus)에서 VR로 교사 및 동급생을 만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부 응답자는 아바타 사용 덕분에 교수진과 대화하고 동료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고 답했습니다. 광장공포증과 외상후 스트레스(PTSD)가 있는 학생 모두 대면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지만 가상의 교실에서는 편안했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기술이 존재할 때, 이를 공교육 시스템 전반에 걸쳐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정부의 몫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창의적으로 접목시켜, 많은 교육 기관들이 따라할 수 있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내는 건 교육 관리자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숙련된 교사들일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정부의 전략에서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교사 교육이 필수입니다. 현존하는 기술들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지 아는 교사가 없다면, 변화도 없을 것입니다.

정부는 커리큘럼 개발과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메타버스 기술의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자들을 지원하고, 네트워크를 쌓게 도와주는 것에서부터 교육 혁신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모든 학교가 이러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어떤 학교가 더 부유해서 다른 곳에는 없는 하드웨어를 구비했다는 이유만으로 불평등의 뿌리가 더 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메타버스 기술은 교육 혁신을 일으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삶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현존하는 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의 기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자와 정책 담당자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입니다.